대마 합법화에 관한 독일의 헌법적 논의
-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심으로-
정다은
I. 들어가는말
현재 독일에서는 대마의 취급에 관한 부분적 합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 마약거래법상 대마관련 형사처벌 규정의 위헌성에 관하여 연방헌법재판소가 1994년과 2023년에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에 관하여 간략히 소개한다.
II. 1994년 결정
1. 심판대상
마약거래법제29조[범죄행위]
제1항 제1문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최대 5년 이내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1. 제3조 제1항 제 1호에 따른 허가 없이 마약류를 재배·제조하거나, 마약으로 상거래를 하거나, 상거래 없이 마약류를 수입·수출·제공·처분하거나 그 외에 유통시키거나, 입수하거나, 그 외의 방식으로 조달한자
3. 마약류를 제3조 제1항의 허가 없이 소지한 자
2. 취할 권리의 제한가능성
취할 권리는 그것이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영향 및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사생활의 핵심영역이라고 할 수 없고, 기본법 제2조제1항의 절대적 보호영역에도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포함하는 취할 권리 또한 헌법에 부합하는 법규정으로 제한이 가능하다
3.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 판단
(1) 대마관련 형사처벌 규정의 목적은 대마가 개인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방지하고, 대마에 대한 의존으로 부터 국민을,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는데에 있다. 나아가 마약시장을 통한 범죄조직의 형성, 청소년의 인격형성과 발달저해 등 대마가 사회에 미치는 많은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사회적 공동생활을 보호하여,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마약거래법은 대마의 거래로 인해 개인 및 국민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마의 취급을 국가의 광범하고 세세한 통제 아래 두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무허가 대마 취급행위들에 대해 빈틈없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광범한 통제를 실현하는 데에 적합한 수단이다.
(2) 처벌규정이 필요한지와 관련해서는 처벌위협에 상응하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증명된 그 외에 다른 대마거래방지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인정된다.
(3) 협의의 비례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관련해 먼저 대마 취급행위를 광범하게 금지하는 것은 그러한 금지가 목적하는 바와 같이 사회적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공익은 대마취급의 허용에 따른 사적 이익들 보다 커, 광범한 금지를 구상한 입법자의 계획은 그자체로 비례적이다. 나아가 다른 수단이 아닌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그러한 금지를 실현하는 것 또한 비례적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대마 취급금지의 위반이 단순히 행정벌규정을 어기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판부는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형사처벌을 수단으로 대마 취급행위를 광범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해 비례적이라고 평가하였다.
특히 대마의 입수 및 소지에 대해서는 이러한 행위가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이루어져 타인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마약거래법 제29조 제5항의 규정이마련되어 있어, 처벌규정의 마련시 범죄의 불법성과 유책성 정도를 이미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제29조 제1항 제1문 제1호 및 제3호가 규정한 대마의 입수 및 소지에 관한 부분은 제29조 제5항으로 인해 협의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II. 2023년 결정
연방헌재는 위헌법률심판을 통한 구체적 규범통제는 입법자를 통제하기 위한 일반적 수단이 아니며, 재판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구체적 규정의 유효성이 문제될 경우 그 규정만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재청법원이 대마를 마약으로 분류한 마약거래법규정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서 적용되어야 할 구체적 처벌규정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IV. 나오는 말
현재의 대마 합법화 논의는 헌법적 당위보다는 마약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서 법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대마 취급관련 형사처벌규정이 사회공동생활의 보호 및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형사처벌이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는데에 적합하고, 필요하며, 비례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마합법화를 강력히 지지하는 자들은 사회공동생활의 보호 및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마약에 취할 권리의 보장 및 대마취급행위의 비범죄화를 주장한다. 이러한 상반된 가치의 대립 속에서 현재 독일정부는 부분적 합법화를 시작으로 대마사용의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